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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시계가 걸렸던 자리

시계가 걸렸던 자리
출판사 : 창비
출판년도 : 2005.10.24
지은이 : 구효서
ISBN : 8936436899
책 쪽수 : 286 page
정가 : 9,500 원
 


80년대 사회현실에 대한 정치한 리얼리즘에서 90년대 개인의 내면을 탐사하는 모더니즘을 거쳐, 초역사적이고 신비주의적인 지향과 낭만주의적 성향까지, 당대의 문학적 지반을 두루 흡수한 구효서 소설은 최근 인간의 삶과 죽음, 운명의 주제에 집중하며 한층 깊어진 통찰과 세련된 솜씨로 수작 단편들을 발표해왔다.
이번 소설집에는 탄생과 소멸의 이미지와 모티프가 두드러진다. 환각 속에서 자신의 탄생과 소멸을 목격한다든지, 지인이 죽은 자리에서 그의 죽음을 체험하거나, 낯선 이의 이야기 속에서 자신의 죽음의 운명을 추체험하고, 자신과 꼭 닯은 생애를 살아온 이의 죽음을 맞닥뜨리기도 한다. 한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전쟁과 질병, 억누를 수 없는 내면의 공허는 죽음의 상상과 체험을 거쳐 평온한 위안과 화해로 이어진다. 그 상상은 또다른 ‘나’를 재발견하는 동시에 ‘나’의 경계를 허물어뜨려 자신의 삶에 대해 반성하고 긍정하게 만드는 역설적인 힘을 발휘한다. 구효서 소설이 제시하는 허무주의의 새로운 차원은 반성적 자기발견과 타자와 세상으로 열린 교감의 윤리의 원천이 된다.
표제작 「시계가 걸렸던 자리」는 의사에게 시한부 판정을 받은 마흔일곱의 ‘나’가 출생일시에 맞추어 고향집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인생의 종점(終點)은 점점 또렷해지지만, 정작 그 시점(始點)은 어렴풋하다는 생각에서였다. 나는 고향집 곳곳에서 옛 기억을 떠올리다가 사십육년 전 내가 태어나 자라고 죽음을 맞고, 또 그 자리에서 다른 생명이 태어나는 환영(幻影)을 목격한다. 삶의 시간은 탄생에서 시작해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영겁 속의 한부분임을 깨달은 나는 영면의 순간을 편안하게 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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