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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축제'의 여자는 아이를 낳았지만 남자에게 아이를 빼앗기고 만다. 아이의 행방은 끝까지 밝혀지지 않고 아이와 행복하게 살고 싶은 여자는 다만 환상을 그려볼 뿐이다. 아이를 찾다가 들른 과수원 너머의 집에서 여자는 아이와 함께 평온한 시간을 보내는데, 이런 아름다운 순간은 이미 홍수에 쓸러나간 폐허 속에서 화자가 환영으로만 겨우 되살려낸 것에 불과하다. 아름다운 시간을 꿈꾸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환각인가가 암울한 현실과 대비됨으로써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처럼 강영숙 소설에서 척박한 현실 속에서 피어올린 환상적인 장면들은 비루하게 살아가는 존재들의 온기를 향한 몸부림이나 가슴 저릿한 삶의 향기를 연상시킨다. 환상은 생생한 구체적 실감을 갖추고 있으며, 개인의 의식 너머에서 일렁이는 현실의 또다른 모습처럼 그려져 있다.
연말 저녁, 아이의 유치원행사에 참여한 주인공에게 걸려온 옛 고향친구의 영문 모를 전화 한통으로 뒤흔들린 서너 시간 동안의 일상을 긴장감 넘치게 그려낸 '빙고의 계', 극심한 황사바람에 휩싸인 도시를 배경으로 결벽증에 걸린 옛 여자친구와 암으로 한쪽 유방을 도려내는 어머니가 등장하는 '오아시스', 해변 까페의 종업원을 꿈꾸어왔지만 부실공사로 말썽 많은 호텔에서 일하는 서른아홉의 외로운 여자가 나오는 '별빛은, 별빛은' 등 역시 흥미롭게 읽힌다.
이 작품들에서 절망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욕망의 구체성이 명확하면 할수록 환상의 이미지와 그것이 주는 실감은 도드라져 보이고 현실성과 환상성의 경계에는 치욕의 일상을 견디고 하루아침에 상황이 호전되지 않는다고 좌절하지 않으려는 간절함이 실려 있다.
강영숙은 평범하고 소박한 꿈마저 이룰 수 없는 현실의 가혹함을 꾸밈없이 드러내고 이를 환상으로 대비하는 예외적 재능을 보여준다. 이번 소설집은 문학적 감동이 날로 귀해져가는 요즘 세태에 독자들에게 특별한 기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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