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최재경이 소설에 끌어들이는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세태의 작고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고 소설로 끌어들이는 것과 대별되는 한 극점으로서 작가는 성서와 신화 등으로부터 소재를 취하기도 한다. 이 두 상극적인 능력이 둘 다 작가적인 역량에 속한다면 최재경은 자신의 역량을 상식이나 일반론적인 차원에 가두지 않는다. 가령 「발의 꿈」에서 작가는 아버지에게 술을 먹여 동침한 롯과 두 딸의 이야기를 창세기에서 끌어와 소재로 취하고 있다. 여기에다 이국적 정취를 낭만적 동경을 덧입힌 작가는 그 딸이 낳은 아들을 화자로 삼아서 소설을 전개한다. 화자는 어렸을 때 자신을 떠난 누나이자 어머니가 누군지도 모르고 어떤 나이 든 창녀와 동침하게 되고 자신이 동침한 창녀가 바로 자신의 누나이자 어머니임을 알았을 때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여자를 목 졸라 죽인다. 그리고 화자는 그 옆에서 몇 날이 밝아올 때까지 「장밋빛 인생」을 부른다. 여기에서 작가는 세태적 한계를 넘어서 영원한 사랑을 향한 낭만적 동경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이 기괴한 플롯의 진행은 한국 소설에서는 낯선 것이긴 하지만 도덕적 잣대를 잠시 접고 볼 때 종횡무진 전개되는 상상력이야말로 작가가 보여주는 소설가다운 역량이라 할 수 있다. 또 「어디 가니?」에서는 일상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쓰곤 하는 <어디 가니>라는 말이 존재론적 의미로, 놀림으로, 죽음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여 생사를 가를 수도 있다는 우연성을 보여준다. 또 한편 판에 박힌 상투어를 남용하는 것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사소한 말 한마디에 애증과 선악이 교차하는 사건들을 각인시키고 있다. 얼핏 보면 아찔할 정도로 대범한 시도로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이와 같은 시도가 있기 이전에 작가는 구체적인 인간관계, 일상들로부터 출발하여 삶의 진실에 접근하는 글쓰기를 강행한 바 있다.
데뷔작 「살아 있는 죽은 여인」은 첩의 딸이라는 사실을 긍정하면서 동시에 자존심 강한 예술가로 살기를 원하는 주인공의 사랑과 결혼, 그리고 주변 세계와의 불화를 다룬 소설이다. 작가는 첩실에게서 사랑하는 딸을 낳아 기르며 늙고 몰락해 가는 남자라는 <아버지>의 형상을 통해 세계의 악마성이 구체화되고 또 그를 부정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고뇌하는 예술가, 근엽을 통해 <세계의 악마성이란 예술가에게 대결해야 하면서도 대결할 수 없는 양면적 대상>이라는 심오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결혼을 통한 신분 상승을 욕망하는 남자가 매춘의 길로 빠지게 되고 남자의 매춘이란 단순히 <자신을 파는 행위>가 아니라 그것를 통해 자신 또한 즐긴다는 의미에서 <구매권을 판매하는 행위>임을 날카롭게 지적한 「구매를 판매합니다」, 시댁 식구들과의 갈등 때문에 남편에게 살해당하는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사육제의 하루」등의 작품에서 가정 비극적인 소재가 다루어지고 있다. <가정의 풍속과 인정 비화를 통해 삶의 진실에 접근하는 이 같은 방식에서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리얼리즘 소설의 출발점>(이인화)을 확인할 수 있다.
|
|
|
이 상품에 대한 총 0 개의 이용후기가 있습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