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학이란 무엇인가? 수사학이라는 도시로 들어가려면 독자는 우선 다음의 수수께끼를 풀어야 한다. [경찰관과 소방관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언뜻 보면 국가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이 이길 것 같다. 그러나 답은 예상을 뒤엎고 소방관이다. 경찰관과 달리 소방관은 물불 가리지 않고 싸우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소방관과 장님이 싸운다면 누가 이길까?] 두 눈이 성한 소방관이 이길 것 같지만 이 물음의 답도 역시 예상을 뒤엎고 장님이다. 장님에게는 눈에 보이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한때 널리 유행하던 이 난센스 퀴즈의 답은 말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아무 재미도 없다. 이 퀴즈의 묘미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와 [눈에 보이는 것이 없다]는 표현에 쓰인 수사법(수사학의 방법)의 효과를 알아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수사학rhetoric이라는 말의 어원은 <웅변>이라는 뜻의 그리스어이다. 원래 수사학은 <웅변을 잘하기 위한 기술, 곧 남을 잘 설득하는 기술>을 가리켰다.
우리말 속담에 는 말이 있다. 똑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그 효과는 마치 하늘과 땅처럼 큰 차이가 난다는 말이다. 수사학은 바로 이 <어떻게 표현하느냐>의 문제를 논의의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다. 어떤 내용을 <어떻게 효과적이고 훌륭하게 표현해서 남을 설득할 것인가>가 그 관심사인 것이다.
그러나 남을 효과적으로 설득하는 기능 외에도 수사학은 말과 글을 아름답게 하는 기능과, 복잡한 의미를 압축해 간결하게 표현하는 기능(예컨대 <인생은 나그네길> 같은 표현의 경우), 추상적 관념을 생생하게 표현하고(예컨대, <사랑은 한 마리 나비>), 일상적인 세계를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해주는 인식 전환의 기능(예컨대 모든 은유나 환유는 그러한 기능이 있다)까지도 가지고 있다.
흔히 수사학이라 하면, 그럴듯하게 늘어놓는 궤변이나 문학작품 속의 장식적인 문구쯤을 떠올리기 쉽다. <교언영색선인의(巧言令色鮮仁矣)>라는, 말을 교묘하게 꾸미는 것과 번지르르하게 화장을 한 낯빛은 의로운 사람이 취할 도리가 아니라고 말한 공자의 영향하에 있는 동양문화권에서는 수사학을 특히 가벼이 여겨왔다.
그러나 실제로 알고 보면 수사학은 일상 생활에서 흔히 쓰이고 있으며 수사법을 쓰고 있지 않은 말이 거의 없을 정도이다. 어느 분야에서나 구성원들의 동감을 끌어낼 수 있는 설득력 있는 말을 해야만 어떤 주장이나 이론이 힘을 얻는다. 따라서 효과적인 표현을 고민하는 수사학은 학문의 여러 분야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마련이다.
<물을 물 쓰듯 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같은 공익광고를 보라. 일상 생활에서의 수사학이 어떤 중요성을 갖는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