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대학 강단을 지켜왔던 신복룡 교수가 동아일보에 연재했던 글을 묶어 책으로 내었다. <잘못 배운 한국사>라는 제목으로 연재되었던 이 글들 가운데에는 신문사측과 의견이 맞지 않아 신문연재에서 빠졌던 10여 편의 글도 포함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역사는 승자의 것이다. 하지만, 신복룡 교수는 책 머리에 '패자에게 연민을 느낀다'는 무어(Barrington Moore)의 말을 인용한다. 이는 이 한 권의 책을 꿰뚫는 생각이다. 충무공의 공을 높이기 위해 원균은 지나치게 악의적으로 해석된 것은 아닌지, 임진왜란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 김성일의 한 마디 발언에 너무 많은 비판이 가해지고 있던 것은 아닌지 문제를 제기한다. 이 외에도 화랑, 첨성대, 전봉준, 명성황후 등 수많은 역사 인물들에 대한 잘못된 시각을 교정하기 위해 삼국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시기를 꿰뚫는다.
사실은 신성하다는 말이 있다. 또한 역사가의 최고 미덕은 면서기의 꼼꼼함이라고 가르치신 은사도 기억에 남는다. 이제까지의 사학적 성과를 뒤집으려는 것처럼 보이는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사실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저자는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사실과 전거에 특히 신경을 쓴 듯하다. 또 첨예한 현대사 문제에서도 김구와 이승만의 대립, 김일성의 항일 경력 등에 대해 나름의 균형감각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