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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치지 않은 편지
박형숙| 실천문학사| 2006.09.14 | 294p | ISBN : 8939205561
소설가 박형숙은 모든 것이 빠른 속도를 앞세우는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무척 게으른 작가라고 할 수 있다. 1993년 『실천문학』에 「차임벨을 울릴 때」라는 작품으로 작가의 길에 들어선 이후, 13년이 지난 이제야 첫 창작집인 이 책을 펴냈다. 그러나 느리게 한 걸음 한 걸음씩 옮길 때 비로소 보이는 삶의 전경이 따로 있는 법이다.
천천한 걸음으로 들여다본 삶의 전경이 곳곳에 녹아 있는 이 소설은 언어가 속으로 응집되어 말을 잃어버린 듯, 남김없이 에너지를 소진시키며 다가온다.내밀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지난날의 자화상..
“1980년대는 내 안에 뿌리내린 독이었다. 삼킬 수도 없고 뱉을 수도 없는 독. 어설피 삼키기에는 내가 동조할 수 없는 것이 너무 많았고, 섣불리 내뱉기에는 이미 내 안에 넓게 퍼져 있었다. 사람들은 내게 말했다. 삼키거나 뱉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그러나 나는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았다. 단지 오랫동안 물고 있었을 뿐이다. 창작집을 묶어내는 이제 나는 선택할 필요가 없어졌다. 오랫동안 물고 있는 사이 이미 그것은 내 안에서 녹아버렸기 때문이다.” ―「부치지 않은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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