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아를에는 도개교가 있다. 도개교는 운하 위에 걸쳐 있는 다리다. 도개교 아래에서 아낙네들이 빨래를 하고 있다. 빨래를 팡팡 두드리면서 수다 떠는 시골 아낙네들의 모습은 신기할 것도,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풍경이다.
고흐는 아를의 도개교 아래 물가에서 빨래를 하는 아낙네들의 모습을 몇 차례고 되풀이해 그렸다. 갈대숲 사이로 나룻배가 보인다. 나룻배는 비어 있다. 언제부터 그렇게 비어 있는지 모른다. 고흐는 파란 물감을 가지고 하늘을 채운다. 또 흰 물감을 붓끝에 묻혀서 느릿느릿 구름을 피워낸다.
파란 하늘이 발아래 운하를 파랗게 적신다. 도개교의 노란색 벽돌 구조물은 파란 하늘을 시샘하는 것 같다. 아를의 도개교를 그리는 고흐의 붓질은 시골 아낙네들의 빨래 솜씨 못지않다. 그의 붓이 스칠 때마다 풍경은 묵은 때를 벗고 말끔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
고흐는 꿈을 가진 화가였다. 그의 꿈은 붓을 놓지 않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림에 대해서 이야기 나눌 친구를 하나 가졌으면 하는 것이었다. 참으로 소박한 꿈이었다. 그러나 운명은 고흐의 작은 꿈조차 호락호락 용납하지 않았다. 고흐는 그림 재료를 장만하는 것조차 버거워 동생 테오에게서 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사치와 호사를 부린 일도 없이 누구보다 열심히 그림을 그렸지만 그의 호주머니는 항상 비어 있었다. 운명의 손길은 예술에 영혼을 헌신한 인간에게 때로 지나치게 가혹한 길을 명령한다. 고흐는 현대미술의 새로운 길을 열었던 19세기의 위대한 거장들 가운데 가장 혹독한 운명의 시련을 겪어야 했다.